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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하나, 건강도 하나 [원헬스포럼 관련 기고문] |
2012-1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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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오피니언 기고문 2012.11.29
[왜냐면]
세계는 하나, 건강도 하나
이항 서울대 BK21 수의과학연구인력양성사업단장
1999년 7월, 미국 뉴욕에서 죽은 채 발견되는 까마귀가 늘어나고, 동물원에선 키우던 새들이 이름 모를 뇌염 증세로 죽어갔다. 8월이 되자 역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염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다수 발생했고, 일부는 사망했다. 사람과 야생조류와 동물원에서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전염병이 같은 병원체에 의한 것임을 처음 의심했던 사람은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의 한 수의사였다. 결국 이 세가지 전염병이 같은 질병이었고, 사람과 동물 사이를 오가는 ‘웨스트나일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에 없던 이 바이러스가 뉴욕에 처음 나타난 이후 10년 만에, 이 전염병은 미국과 캐나다 전역을 휩쓸어 수많은 새들을 죽였고, 1000명 이상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1983년부터 1999년까지 17년간 캐나다 몬트리올 수의과대학의 병리학자들은 퀘벡주 연안에서 좌초된 흰고래의 사체들을 부검해 사망원인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통계를 검토하면서 수의학자들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흰고래의 사체들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빈도의 악성 종양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야생동물 일반에서 발견되는 종양보다 빈도가 훨씬 높았다. 같은 기간 인근의 알루미늄 제조 공장 노동자와 주민들에게서도 일반인보다 높은 빈도로 종양이 발견되었다. 원인 추적 결과, 고래와 사람의 종양은 모두 인근 알루미늄 제련소에서 대량 방출되는 다중방향성탄화수소(PAH)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제련소에서 다중방향성탄화수소 오염을 일으키는 제조 공정이 중단되었다.
이런 몇 가지 사례는 동물 세계와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장래 인간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의 전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사람, 야생의 새, 바다의 고래가 살아가는 세상이 사실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우리는 모두는 하나의 세계에, 같은 생태 시스템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의 건강을 지키고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질병에 대해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동물과 야생 생태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즉, 동물과 생태계의 질병과 이상 징후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건강’(One Health) 개념은 이렇게 사람, 동물, 생태계의 건강이 하나로 통해 있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즉,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과 보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와 보건 전문가, 동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수의사, 생태계 건강을 돌보는 야생동물 관리자와 생태 전문가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과 관련기관들이 소통하고 협력해야만 한다는 이론이다. 어떻게 이런 학제간 협력과 소통의 네트워크를 국제적, 국가적 및 지역사회 수준에서 구축할 것인지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국제사회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원 헬스’ 접근법은 전염성 질병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보건·식품위생·의생명과학 등 보건 및 의·과학 분야 전반에 걸쳐 매우 효용성이 큰 접근법이라는 사실이 지난 수십년간 인류의 경험으로 증명되었다.
우리도 이러한 국제적 경향을 받아들여 ‘원 헬스’ 접근법을 한국 상황에 어떻게 응용할 것인지, 관련된 모든 국가기관, 단체, 전문가들이 숙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늦은 감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2월13~14일에 걸쳐 원 헬스를 주제로 하는 국제포럼이 서울대학교에서 열린다. 이 포럼에는 사람, 동물, 환경 분야의 건강을 각각 책임지는 국가기관인 질병관리본부·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국립환경과학원이, 학계에서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참여하여 공동 주최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기관들이 어떻게 협력해 보건 문제에 대처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두고 세계적 석학의 강연과 토론이 있을 것이다. 또한 생태계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강연도 포함돼 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62840.html
[참고자료: One Health Forum Korea 2012 http://www.onehealth.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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